겨울 햇살은 천연 보약: 요양 병원 어르신들이 추위 속에서도 '해바라기'가 되는 이유
어르신들이 모여서 햇빛에 일광욕을 하는 모습
안녕하세요! 이제는 해가 바뀌여서 36년 차 간호사가 되었습니다. 요양 병원에서 근무 한지도 이제는 8년 차가 되었습니다. 종합병원에서 근무 할 때는 다양한 연령 층이 입원해 있어서, 어느 특정 연령 층의 특성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거나 생각하지는 않았었습니다.
한해 한해 요양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것은, 어르신들이 평생을 살아 오시면서 습득하신 부분은 치매가 오고, 인지력이 떨어져도 수행하신다는 것이다. 그 중에 하나가 여름에 더울 대도 에어컨 부터 켜시는게 아니고 참아 보려 하신 다거나, 추운 겨울에 햇빛에 일광욕을 하신다는 것이다. "사람은 햇빛을 보고 살아야지!"라는 것이다.
요즘처럼 찬 바람이 매서운 겨울날, 제가 근무하는 요양 병원에서는 점심시간 전후로 아주 정겨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보행이 가능하신 어르신들이 두꺼운 외투를 껴입고, 장갑까지 챙겨 끼신 채 약속이라도 한 듯 정원이나 주차장 양지 바른 곳으로 모여드시는 것이죠.
사실 겨울 햇빛은 참 짧습니다. 그 귀한 햇살을 놓치지 않으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아유, 따뜻하다" 하시는 모습은 영락없는 '해바라기' 같습니다. 재미있는 건, 온몸을 꽁꽁 싸매고 계셔서 실제로 햇빛이 닿는 곳은 얼굴 뿐인데도 어르신들은 그 짧은 시간의 외출로 그렇게 행복해 하실 수가 없습니다.
제가 곁을 지나며 "어머니, 아버님! 날이 찬데 감기 조심하세요!" 하고 말씀드리면, 한 어르신이 껄껄 웃으시며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간호사 양반, 걱정 말어! 감기 걸리면 약 주면 되잖아!"
그 긍정적인 에너지에 저도 함께 웃음을 터뜨리곤 하는데요. 오늘은 어르신들이 본능적으로 찾아 나서는 '겨울 햇빛'이 우리 뇌와 감정, 그리고 수면에 미치는 놀라운 영향에 대해 의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햇빛이 선물하는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 (Serotonin)
어르신들이 햇빛을 쪼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닙니다. 우리 뇌는 햇빛을 받으면 '세로토닌'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을 분비합니다.
세로토닌은 기분을 조절하고 평온함을 느끼게 해주는 '천연 우울증 치료제'와 같습니다. 겨울철에 유독 무기력하고 우울함을 느끼는 '계절성 정서 장애(SAD)'가 발생하는 이유도 바로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세로토닌 감소 때문입니다. 어르신들이 양지 바른 곳에서 나누는 담소와 미소 뒤에는 뇌 속에서 활발하게 분비되는 세로토닌의 마법이 숨어 있습니다.
2. 밤의 보약 '멜라토닌'을 만드는 낮의 햇빛
어르신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바로 '불면증'입니다. 그런데 낮에 햇빛을 쪼이는 것이 밤의 숙면을 결정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우리 몸의 생체 시계를 조절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은 낮 동안 충분한 햇빛을 받아야 밤에 원활하게 분비됩니다. 낮에 세로토닌이 충분히 생성되어야 밤에 이것이 멜라토닌으로 전환되기 때문입니다.
간호사의 팁: "밤에 잠이 안 와서 고생하시는 분들이라면, 낮에 최소 20~30분은 햇빛을 보며 산책하는 것이 그 어떤 수면제보다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3. 얼굴만 내놓아도 효과가 있을까? 비타민 D와 보온
비타민 D의 효과어르신들이 온몸을 감싸고 얼굴만 내놓고 계셔도 효과가 있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피부 노출 면적이 넓을수록 비타민 D 합성에 유리하지만, 눈을 통해 들어오는 빛 자극 만으로도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호르몬 체계를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겨울철 어르신들에게는 '체온 유지'가 최우선입니다. 추위에 떨면서 햇빛을 보는 것은 오히려 혈관을 수축 시켜 위험할 수 있으므로, 어르신들처럼 외투와 장갑으로 체온을 보호하면서 얼굴 위주로 햇살을 받는 것은 아주 현명한 방법입니다.
4. 겨울철 안전한 '해바라기' 외출 가이드
요양 병원이나 가정에서 어르신들의 햇빛 나들이를 도울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골든 타임을 공략하라: 겨울철 일조량이 가장 풍부하고 기온이 높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가 가장 좋습니다.
보온은 과할 정도로: 어르신들은 온도 조절 능력이 약합니다. 모자, 목도리, 장갑은 필수입니다. "감기 걸리면 약 주면 되지!"라는 어르신들의 농담 뒤에는 든든한 의료진이 있겠지만, 예방이 최고의 약입니다.
수분 섭취 잊지 않기: 겨울은 건조합니다. 외출 전후로 따뜻한 물 한 잔을 드시게 하여 호흡기 점막이 마르지 않게 도와주세요.
자외선 차단: 얼굴 위주로 햇빛을 받으실 때는 눈 건강을 위해 너무 강한 직사광선은 피하거나, 필요시 챙이 있는 모자를 쓰시는 것이 좋습니다.
5. 결론: 마음의 온도를 높이는 햇살 한 줌
요양 병원 어르신들에게 햇빛은 단순한 빛 그 이상의 의미입니다. 좁은 병실을 벗어나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이자, 굳어있던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따뜻한 위로입니다.
"싱거우면 못 먹어!" 하시며 소금을 치시던 짠맛의 기억처럼, 어르신들의 몸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빛의 에너지'를 기억하고 계신 것이 아닐까요?
오늘 여러분의 부모님께, 혹은 거울 속 자신에게 따뜻한 햇살 아래 15분의 휴식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요? 건강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오늘 마주한 한 줌의 햇살 속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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