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안 아프고 설사 없는 여름철 장염? 고열만 나는 상행결장 장염 주의보!

                                                  여름철 상행 결장 장염 주의보!
                      

안녕하세요! 무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습니다. 바로 '장염'입니다. 보통 우리는 장염이라고 하면 극심한 복통,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게 만드는 설사, 그리고 구토를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최근 제 아이가 겪은 장염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배도 아프지 않고, 설사도 전혀 없는데 오직 '38.7도'라는 고열만 지속되었던 것이죠. 타지에서 홀로 공부하던 아이의 갑작스러운 고열 소식에 가슴이 철렁 했던 순간부터, 복부 CT를 통해 '상행결장장염'을 진단 받고 입원 치료를 하기 까지의 과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의료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증상 없는 장염'의 비밀에 대해서도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1. 시작은 38.7도 고열, 응급실에서의 의문 가득한 검사 결과

어느 날 저녁, 타지 에서 공부하는 큰 아이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해열제를 먹었는데도 열이 38.7도까지 올라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 당장 가볼 수 없는 미안함과 불안함을 누르고, 우선 가까운 대학 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당부했습니다. 

응급실에 간 아이는 기본적인 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를 받고, 해열 수액을 맞은 뒤 자취방으로 귀가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병원으로부터 검사 결과를 전달 받았습니다.

* 백혈구(WBC) 수치 상승

* ESR(적혈구 침강 속도) 및 CRP(C-반응성 단백) 15 이상으로 급증

현직 간호사인 제 머릿속은 복잡해졌습니다. 다른 신체 장기 기능 수치는 모두 정상인데, 오직 몸에  심한 염증이 생겼음을 뜻하는 백혈구, ESR, CRP 수치만 폭발적으로 올라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침이나 콧물 같은 감기 증상도 없고, 소변 검사도 정상이라 요로 감염도 아니었습니다. 원인 모를 염증 수치 상승에 저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입원을 하더라도 가족이 간호할 수 있는 집으로 오거라."라고 하였습니다.

2. 복부 CT로 밝혀진 반전, 복통·설사 없는 '상행결장 장염'

집 근처 병원으로 아이를 데려와 곧바로 복부 CT(컴퓨터 단층촬영)를 진행했습니다. 겉으로는 복통도 없고 설사도 하지 않아 장 문제가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검사 결과는 반전이었습니다. 대장의 시작 부위인 '상행결장(Ascending Colon)'에 심한 장염이 진행 중이라는 진단이 나온 것입니다.

의사 선생님은 곧바로 입원을 권유하셨고, 아이는 그날로 입원 수속을 밟았습니다. 치료는 신속하게 진행되었습니다.

1. 금식(NPO): 염증이 생긴 장을 쉬게 하기 위해 전면 금식을 시행했습니다.

2. 항생제 및 수액 치료: 혈관을 통해 고용량 항생제와 영양 수액을 투여하여 염증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3. 수시 해열제 투여: 발열이 지속될 때마다 해열제를 교차 투여하며 체온을 조절했습니다.

다행히 입원 후 체계적인 치료를 받으면서 아이의 열은 서서히 떨어졌고, 염증 수치도 안정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3. 왜 배도 안 아프고 설사도 없는데 장염일까?

간호사인 저조차도 의아했던 부분, 그리고 많은 분이 궁금해하실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어떻게 장염인데 배가 안 아프고 설사를 안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의학적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상행결장의 위치와 해부학적 특성

대장은 소장과 연결되는 맹장과 상행결장, 가로로 가는 횡행결장, 아래로 내려가는 하행결장,  그리고 에스결장과 직장으로 이어집니다. 이 중 상행결장은 대장의 초입부에 해당합니다. 소장에서 넘어온 음식물 찌꺼기가 아직 수분을 가득 머금은 액체 상태로 머무는 곳이죠. 하행결장이나 직장처럼 변을 짜내기 위해 격렬하게 연동운동을 하지 않는 부위이기 때문에, 염증이 생겨도 쥐어짜는 듯한 '복통'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없을 수 있습니다.

② 수분 흡수 기능의 보존

장염이 생기면 장벽에서 수분 흡수를 못 해 설사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염증이 대장의 일부분인  '상행결장'에만 국한되어 있고, 그 뒤에 이어지는 횡행결장과 하행결장이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상행결장에서 미처 흡수되지 못한 수분을 하행결장 등에서 모두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환자는 설사를 하지 않고 정상 변을 보거나 오히려 변비 경향을 보일 수 있습니다.

③ 전신적 염증 반응(발열)이 주 증상인 경우

일부 바이러스나 세포독성 세균에 의한 장염은 장 점막 자체를 깊숙이 침범합니다. 이 과정에서 장의 국소적인 증상(설사, 복통)보다 혈액 내로 염증 물질(Cytokine)이 다량 방출되면서 패혈증 전 단계처럼 오한과 심한 고열(38.5도 이상)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이의 CRP 수치가 15 이상으로 치솟았던 이유도 이처럼 강력한 전신 염증 반응 때문이었습니다.

4. 여름철 장염, 고열만 난다면 당장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여름철 장염이 얼마나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만약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장염의 전형적인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 감기 증상(기침, 콧물, 인후통)이 없는데 38도 이상의 고열이 지속될 때

*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떨어지지 않고 오한이 동반될 때

* 병원 검사에서 원인 불명의 WBC, CRP 등 염증 수치 상승 소견이 보일 때

여름철에는 음식이 쉽게 상하고 균의 번식이 왕성하여 대장균, 살모넬라, 캄필로박터 등 다양한 세균성 장염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특히 젊은 층은 면역력이 좋아 장의 통증을 둔하게 느끼거나, 단순히 '더위 먹어서 열이 나나 보다' 하고 방치하다가 복막염이나 패혈증 등 큰 합병증으로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 정확한 진단과 빠른 입원 치료가 답입니다

타지에서 아픈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은 늘 타 들어 가기 마련입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증상이 모호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혈액 검사와 복부 CT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어 빠르게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금식과 항생제 치료 덕분에 아이의 장도 서서히 회복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여름철 원인 모를 고열에 시달린다면, "배가 안 아프니 장염은 아니겠지?"라는 예단은 금물입니다. 반드시 의료 기관을 방문해 정확한 혈액 검사와 필요 시 영상 의학적 검사(CT 또는 초음파)를 받아보시길 권장합니다. 건강한 여름 보내시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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